탐정 유강인 01_14_종교 모임에 참석하다(V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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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 시작 5일 차, 오후 사무실에 출근한 유강인이 종일 생각에 몰두했다. 경찰청에 특별한 사건이 없었다. 형사들이 오랜만에 여유를 즐기며 커피를 마셨다. 강력반 형사 중 차수호 형사만 바빴다. 오늘 아침, 홍일동 강도살인 사건 용의자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그자를 체포하러 자리를 비웠다. 사무실에 차형사가 없자, 유강인은 외로웠다. 선배들의 눈총이 따가웠다. 7일 동안 알아서 하라는 듯 그에게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유강인은 선배들이 야속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자신이 자초한 일이었다. 일이 바쁜지 일에만 몰두하던 이호식 형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쓱 유강인을 옆을 지나가며 말했다. “유형사, 단서 잡았어? 손목은 아직 괜찮지?” “네에?” 유강인이 그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자기도 모르게 오른쪽 손목을 만졌다. 이형사가 씩 웃었다. 이제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 슬쩍 알리는 거 같았다. 수사를 시작한 지 벌써 5일 차였다. ‘이런!’ 유강인의 등에 진땀이 흘러내렸다. 그는 아직 특별한 단서를 잡지 못했다. 그래서 이호식 형사와 박훈정 반장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급하다!’ 유강인이 어떻게든 단서를 잡기 위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렸다. 뾰족한 수가 생각나지 않는지 뒤 목을 한 손으로 꽉 잡았다. 그러다 뒤 목을 툭툭 두드렸다. 그가 차형사를 생각했다. ‘차형사님. 어서 오세요.’ 유강인은 차수호 형사가 그리웠다. 차형사는 유강인에게 친절했다. 차형사가 없자, 심한 외로움을 느꼈다. 그렇게 고통스러운 시간이 느리게 흘러갔다. 날이 점점 저물어 퇴근할 시간이 됐다. 유강인이 다른 형사들과 함께 사무실에서 나갔다. “어이 형사님! 저녁 먹고 가자!” “좋습니다. 오랜만에 거기 가요. 굴국밥 먹어요.” 이호식 형사와 형사들이 근처 식당으로 발길을 돌렸다. 유강인이 서둘러 말했다. “선배님 … 저는 집에 가겠습니다.” 이호식 형사가 답했다. “왜 저녁 먹고 들어가지? 거기 맛집이야. 안 가면 후회해. 매생이 굴국밥이 예술이야.” “그게, 생각할 게 많아서요.” “생각? 아! 행운 빌라 때문에 ….” “네, 그렇습니다.” “에이! 쓸데없이 사건을 맡아서 고생하는구나. 그래서 말아 항상 화근인 거야. 그래 … 10년 미제 사건을 풀려면 시간이 참 많이 필요하겠지. 어서 집에 가.” “감사합니다. 선배님.” 유강인이 선배들에게 꾸벅 인사하고 뒤로 돌아섰다. 그때 박훈정 반장의 목소리가 들렸다. 박반장이 형사들 뒤를 따라오고 있었다. “이형사, 유형사에게 며칠 남았지?” 이호식 형사가 답했다. “아, 그게 오늘이 5일 차니까 2일 남았네요.” “이제 얼마 남지 않았군.” 박훈정 반장의 걱정스러운 목소리가 들렸다. ‘아이고, 이런!’ 유강인이 그 소리를 듣고 몸 둘 바를 몰랐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자리를 피했다.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5분 후, 유강인이 버스정류장 의자에 털썩 앉았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휴우~!” 유강인이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괜히 사건을 맡았다고 후회하는 거 같았다. 그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제 이틀밖에 안 남았는데 … 이를 어떡하지. 큰일이다, 진짜! 지금까지 특별한 게 없어!’ 유강인이 두 손을 들고 머리카락을 꽉 움켜쥐었다. 그렇게 답답해하다가 좌우를 살피고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버스가 언제 오지?” 유강인이 버스 안내판을 봤다. 아까 간발의 차로 버스를 놓쳤다. 다음 차는 20분 뒤에 있었다. “아이고! 시간이 많이 남았네. 이런.” 유강인의 어깨가 축 늘어졌다. 사건이 안 풀리는데 버스도 놓쳤다. 설상가상이었다. 그가 이를 악물었다. 길에서 시간을 버리는 게 너무나도 아까웠다. 이에 정신 차리고 머릿속에서 사건을 재구성하기 시작했다. ‘현장 검증과 증인들을 만난 결과, 사건 파일과 별 차이가 없었어. 분명한 건 단 한 가지야. 범인은 밖에 있었어. 빌라 안으로 천천히 들어간 후, 301호 문을 열었어. 집 안으로 들어가 셋에게 칼을 휘두르고 도망쳤어.’ 유강인이 양다리를 쭉 폈다. 그렇게 스트레칭했다. ‘미제 사건이라면 두 가지 경우를 생각해야 해. 첫째는 외부에서 온 살인마야. 그 살인마가 원한을 품었거나 묻지마 살인이야. 둘째는 내부 살인마야. 빌라 거주자나 마을 사람이 범인인 경우야. 가까울수록 원한이 쌓이기 마련이야. 그런데 내부자 가능성은 별로 없어. 그 증거가 전혀 없어. 그렇다면 외부자 소행이라는 말인데 … 그 외부자를 10년이나 지난 지금 밝힌다는 게 너무나 어려워. 이제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그렇게 유강인이 생각하는 동안 20분이 훌쩍 지났다. 2409번 버스가 도착했다. 유강인이 차에 올라탔다. 교통카드를 태그하자 신호음이 크게 울렸다. 그 소리가 크게 들렸을 때 순간! 유강인의 눈이 반짝거렸다. ‘아! 그게 있지. 외부인이 내부인과 공모할 수 있잖아!’ 유강인이 걸음이 멈췄다. 두 눈에 초점이 딱 맞춰졌다. 포커스! 그때 버스가 출발했다. “아이고!” 예상치 못한 출발에 유강인이 중심을 잃었다. 재빨리 손잡이를 잡으려 했지만, 잡을 수 없었다. 그의 몸이 뒤로 벌렁 넘어갔다. “아야!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단발머리 여자가 빽 하며 소리 질렀다. 유강인이 커다란 실수를 했다. 단발머리 여자의 무릎에 털썩 앉고 말았다. “앗!” 큰 소리가 들렸다. 유강인이 실수를 깨닫고 벌떡 일어났다. “아, 아저씨! 일부러 그런 거죠. 정말!” 단발머리 여자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아닙니다. 실수에요. 정말 죄송합니다.” 유강인이 황급히 고개 숙여 사과했다. 서둘러 버스 끝자리로 도망치듯 달려갔다. “보아하니 치한 같은데 경찰에 신고하세요.” 승객 중 하나가 유강인을 신뢰할 수 없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했다. “아! 이, 일부러 이런 짓을 했다고요!” 단발머리 여자가 분노에 가득 찬 얼굴로 핸드폰을 번쩍 들었다. “손님. 저 청년이 실수한 거 같아요. 차가 출발해서 중심을 잃은 겁니다. 너그럽게 용서해주세요.” 50대 중반 버스 기사가 점잖은 목소리로 말했다. 버스 기사의 말에 단발머리 여자가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그 모습을 보고 유강인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선생님!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실수했습니다. 손잡이를 못 잡았습니다. 절대 고의가 아닙니다. 용서해주세요. 신고는 제발 하지 말아주세요!” 유강인의 간절한 호소에 단발머리 여자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였다. 어느 정도 화가 풀린 듯 핸드폰을 내려놓았다. 그러다 화가 또 치밀어오른 듯 유강인을 날카롭게 째려봤다. “정말 죄송합니다.” 유강인이 다시 사죄했다. 그가 안절부절못했다. 승객들의 눈초리가 매서웠다. 그를 변태로 보는 거 같았다. 이에 그 시선을 참을 수 없었다. 결국, 유강인은 자리에서 일어나 하차 버튼을 급하게 눌렀다. 다음 정류장에서 서둘러 내렸다. 유강인이 버스에서 내리자, 차가 쌩하며 출발했다. “아이고! 또 20분 기다려야 하나?!” 유강인이 맥이 빠진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젠장! 바보 같은 실수를 하다니!’ 유강인이 실수를 한탄하며 버스 정류장 의자에 털썩 앉았다. 그러다 옆에 사람이 있자,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는 또 실수할까 봐 가슴이 조마조마했다. 유강인은 정류장에서 허겁지겁 나왔다. 인도에서 서성이며 버스를 기다렸다. “오늘 조심해야겠다. 아주 조심해야 해!” 유강인이 침을 꿀컥 삼키고 주변을 살폈다. 어둠이 내린 저녁이었다. 별다른 건 없었다. ‘이선배님 말 따라 저녁이나 먹고 갈걸. 매생이 굴국밥이 맛있다고 하셨는데 ….’ 유강인이 매생이 굴국밥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셨다. 매생이 굴국밥은 먹은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 맛이 자못 궁금했다. 그렇게 그가 군침을 흘리며 매생이 굴국밥을 생각하고 있을 때 갑자기 움찔했다. 머릿속에 뭔가가 떠올랐다. 그건 버스에서 넘어지기 전 떠올랐던 아이디어였다. ‘외부인과 내아내의 공모!’ 유강인이 급히 생각을 이었다. ‘그래! 세 번째 가능성이 있었어. 내부인과 외부인이 공모해서 범행을 저지를 수 있어. 이 세 번째 가능성은 경찰이 전혀 고려하지 않았어. 그래서 단서를 잡지 못했을 수 있어.” 세 번째 가능성이 떠오르자, 유강인의 눈빛에 생기가 돌았다. 그가 드디어 수사의 방향을 잡았다는 듯 두 주먹을 꽉 쥐었다. 유강인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외부인과 내부인 공모야. 그들이 지금도 교류한다면 분명 단서를 잡을 수 있을 거야!” 유강인이 기쁜 나머지 크게 웃기 시작했다. “하하하!” 그가 생각했다. ’그래, 내일 교회에 가자. 아직 실망은 일러! 거기서 마을 사람들을 철저히 관찰하자. 혹 뭐라도 나올 수 있잖아. 마을 사람들이 누구랑 어울리는지 확인해보자!‘ 한바탕 웃음을 터트리던 유강인이 어두컴컴한 저녁 하늘을 올려다봤다. 그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아직 이틀이나 남았다. 수사 시작 6일 차, 오전 유강인이 아침 일찍 집에서 나왔다. 약속 시각은 오전 9시였지만, 오전 8시에 행운 빌라 앞에 도착했다. 유강인이 고개를 돌려 사방을 둘러봤다. 일요일이라 아주 한가했다. “좋다!” 유강인이 급히 움직였다. 행운 빌라 옥상으로 올라가 마을 전체를 관찰했다. 일찍 문을 연 가게들이 여러 군데 있었다. 편의점은 24시간 운영이라 문을 열었다. 빵집도 마찬가지였다. 몇몇 사람이 빵집으로 들어갔다. 몇 분 후 빵 봉지와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30분 정도 시간이 흐르자, 대여섯 명이 부동산 앞에 모여서 얘기를 나눴다. 그들 모두 새 옷을 입었다. 서로 인사하느라 바빴다. 유강인이 그 모습을 유심히 살폈다. 그때 옥탑방 현관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옥탑방 청년 황정수가 밖으로 나왔다. “어?” 황정수가 난간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두 눈을 크게 떴다. 무척 놀란 듯 놀란 토끼 눈이 되고 말았다. 황정수의 두 손에 빨래가 가득 있었다. 빨래를 널려고 밖으로 나온 거 같았다. “응!” 유강인이 문소리를 듣고 고개를 뒤로 돌렸다. 유강인과 황정수의 시선이 딱 마주쳤다. 황정수가 유강인을 문의하고 말했다. “아! 그때 형사님이시죠. … 또 오셨네요. 지금 뭐하고 계세요. 혹… 자, 잠복 수사!” 유강인이 오른손을 들었다. 검지를 입술에 갖다 대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조용히 하세요!” “아! 아, 알겠습니다.” 황정수가 유강인의 말뜻을 알아채고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재빨리 몸을 수그렸다. 두 눈을 가늘게 떴다.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사방을 살피기 시작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작은 목소리였다. “아무도 없습니다. 형사님! 안심하셔도 돼요. 이른 아침에 옥상으로 올라오는 사람이 없어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마을을 다시 주시하기 시작했다. 황정수가 그 모습을 보고 오! 하며 빨래를 꽉 쥐었다. 들고 있던 빨래는 집 안으로 내던지고 유강인을 향해 살금살금 걸어왔다. 유강인 옆으로 오더니 귓속말했다. “뭐 이상한 걸 발견했나요? 형사님!” “아이!” 유강인이 기겁했다. 귀가 간지러운지 황정수한테서 확 떨어졌다. 그가 한 손으로 귀를 만지며 말했다. “황정수씨, 귓속말할 필요 없습니다. … 그냥 작은 목소리로 말하세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이죠? 아침부터 이렇게 ….” “오늘 마을 사람들과 함께 교회로 갈 겁니다. 그 전에 마을 동태를 살피려고요. … 어!” 행운 빌라 앞에 많은 사람이 모였다. 이십 명이 훌쩍 넘었다. 유강인의 눈빛이 반짝거렸다. 황정수가 입술에 침을 덕지덕지 묻히고 말했다. “아! 그러시구나. 제가 그때 말했잖아요. 동네 사람들이 일요일 날 모두 모여서 종교 행사에 참여한다고. … 그런데 각자 교회, 절, 성당을 가는데 모두 행운 빌라 앞에 모였다가 흩어지더라고요. 이게 말이 되나요? 참 이상한 일이잖아요?” 황정수가 말을 이었다. “제가 일요일 날 아침에 운동하다가 그 모습을 우연히 봤어요.
부동산 주인은 교회를 믿고, 정육점 주인은 불교를 믿고, 편의점 주인은 성당을 믿거든요.
그런데 행운 빌라 앞에 같이 모였다가 각자 종교시설로 갔어요. 종교가 다른데도 아주 친했어요.” “그렇군요. 직접 두 눈으로 정말 이상하군요.”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이고 답했다. 황정수의 말에 일리가 있었다. 유강인이 계속 사람들을 주시했다. 황정수가 유강인 옆에 딱 달라붙었다.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제이슨 본 시리즈를 다 봤어요. 1탄 본 아이덴티니, 2탄 본 슈프리머시, 3탄 본 얼티메이텀을 아주 재미있게 봤어요. 007시리즈도 다 봤고요. 맷 데이먼하고 피어스 브로스넌 팬이에요.” “그렇군요.” 유강인이 답을 하고 계속 마을 사람들을 주시했다. “그런데 지금, 실제 첩보 작전에 참여하네요. 아! 이거 정말 긴장되네요.” 황정수가 긴장감을 삼키려는 듯 침을 꿀컥 삼켰다. 그가 크게 숨을 내쉬었다. 옥상 난간을 두 손으로 꽉 잡더니 몸을 팍 움츠렸다. 머리를 난간 밖으로 쑥 내밀더니 실눈을 뜨고 지상을 주시했다. 20분이 지났다. 이제 약속 시각이 다됐다. 유강인이 황정수에게 말했다. “약속 시각이 다 됐습니다. 이만 내려가겠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면 어디로 가시게요? 교회예요? 절이에요? 성당이에요?” “교회로 갈 겁니다.” “그렇군요. 그럼, 가서 뭐라도 잡으세요. 이런 말 하기는 좀 그렇지만, 여기 사람들은 겉보기에 친절한지만, 하나같이 가식적이에요.
제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거든요. 고등학교 때부터 서빙 일을 했어요. 그래서 진상 손님, 허우대만 멀쩡한 손님이 같이 있었던 사람이 누구였는지 잘 알아요.” 유강인이 잘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떡이고 황정수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그럼, 지금 내려갈 테니 … 내가 여기 올라왔다고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마세요. 오늘 만남은 비밀입니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저도 … 형사님과 함께 수사에 참여하는 거죠?” “네에?” 황정수의 말에 유강인은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아니라고 말할 수 없었다. 황정수의 눈빛이 초롱초롱했다. 이 순간을 고대했던 거 같았다. 그리고 그에게 많은 도움을 받은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냥 비공식적인 로 합시다. 그럼 내려갈 테니 다음에 봅시다.” “네, 형사님. 잘 내려가세요. 저도 마을 사람을 감시할게요. 이상한 게 있으면 전에 주신 명함으로 연락해도 되죠?” 유강인이 고개를 끄떡였다. 그가 옥상 문으로 향했다. “아! 나도 수사에 참여하는구나! 드디어 영화처럼 첩보원이 됐어! 맷 데이먼 형님! 피어스 브로스넌 형님!” 황정수가 기쁨을 참지 못했다. 그가 두 주먹을 꽉 쥐고 소리 없이 웃었다. 유강인이 빠른 걸음으로 계단을 내려갔다. 그 소리가 빌라에 울렸다. 잠시 후 유강인이 계단을 다 내려갔다. 1층 복도에 다다랐을 때 공동 출입구에 여러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행운 빌라 101호 거주자 김철수, 평화 부동산 주인 하연수, 201호 거주자 이도식이었다. 그들이 유강인을 보고 반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아이고, 일찍 오셨네. 301호에 있다가 나오셨어요?.” 유강인이 환하게 웃으며 답했다. “열쇠가 없어서 그냥 빌라만 구경했습니다.
“아이고! 제가 열쇠를 드렸어야 했는데 ….” 하연수가 안타깝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자 갑시다.” “네, 어서 가요.” 사람들이 빌라 밖으로 나갔다. 유강인이 그 뒤를 따랐다. 행운 빌라 앞에 사람들이 많았다. 삼십 명이 넘어 보였다. ‘예상보다 인원이 많은데 ….’ 유강인이 많은 사람을 보고 심상치 않다고 여겼다. 그가 입술에 침을 묻혔다. 그때 저 앞에 한 아주머니가 보였다. 402호 거주자 라미경이었다. ‘헉!’ 유강인이 라미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라미경 옆에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 성당으로 가는 사람들이었다. ‘이런!’ 유강인이 라미경을 보고 어쩔 줄 몰라 했다. 라미경은 커피숍에서 만난 목격자였다. 그녀는 유강인이 형사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젠장!” 유강인이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러다 옆에 있는 김철수 뒤로 몸을 숨겼다. 김철수는 키가 컸고 체격이 좋았다. 그래서 숨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안녕하세요!” “좋은 주일입니다.” “성령이 함께 하시길!” “부처님의 자비가 언제나 함께 할 겁니다.” “예수님은 사랑입니다.” 사람들이 서로 반갑게 인사했다. 유강인이 최대한 몸을 움츠렸다. 그렇게 김철수 뒤에 꼭꼭 숨어있었다. 환한 웃음을 짓던 라미경이 김철수 앞을 지나갔다. 그러자 김철수가 상냥한 목소리로 말했다. “라미경 자매님, 좋은 하루 보내세요.” “네, 감사합니다.” 라미경이 김철수에게 감사 인사했다. “랄랄라!” 라미경이 콧노래를 불렀다. 기분이 참 좋은 거 같았다. 깨끗한 새 옷을 입고 보름달처럼 웃었다. 그녀가 일행을 따라서 걸어갔다. “휴우~” 유강인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라미경이 유강인을 알아채지 못했다. “응?” 그 소리를 들고 김철수가 몸을 돌렸다. 뒤에 유강인이 웅크리고 있었다. 김철수가 궁금한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일이 있어요.? 젊은 사람이 크게 숨을 내쉬고? 어디 아파요?” “아 … 그게 301호 청소할 생각을 하니 할 게 많아서 절로 한숨이 나왔습니다. 제가 좀 깔끔한 성격이라서요.” “아! 그러시구나. 그러면 우리가 도와줄게요. 같이 일하면 금방 깨끗해질 겁니다.” “말씀만 들어도 고맙습니다.” “자! 이제 우리도 갑시다. 회장님을 보러 가야죠!” “맞아요. 오늘은 회장님을 뵙는 기쁜 날이잖아요. 하하하!” 회장님이라는 말에 사람들이 크게 웃었다. 그들이 회장님을 연신 외치며 길을 걸었다. 행운 빌라에 모인 사람들이 세 갈래로 갈라졌다. 각각 성당, 절, 교회로 향했다. 세 무리의 사람들이 다른 방향으로 향했다. 유강인은 교회 쪽이었다. 그가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니 교회로 가는데 웬 회장님? 회장님이 대체 누구지? 신도 모임 회장인가?’ 유강인이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을 때 저 앞에 승합차가 한 대가 보였다. 차 문에 글자가 프린트됐다. 성동연합모임이라는 글자가 한눈에 들어왔다. ‘성동연합모임이라고!’ 유강인이 여섯 글자를 보고 깜짝 놀랐다. 예상치 못했던 여섯 글자였다. 성동연합모임은 생존자 강선애가 말했던 봉사 단체 이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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